대표자 외 공동의회 소집, 길은 없는가, 교회 정관 정비의 시급성

분쟁 이전에 정관으로 길을 열어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소재열 | 기사입력 2026/03/01 [13:37]

대표자 외 공동의회 소집, 길은 없는가, 교회 정관 정비의 시급성

분쟁 이전에 정관으로 길을 열어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소재열 | 입력 : 2026/03/01 [13:37]

  © 한국교회법연구소


공동의회는 교회의 최고 의결기관이다.

그 소집권이 특정인에게 사실상 독점되고,

이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면

건강한 교회 질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교회의 타락은 교리의 왜곡뿐 아니라,

권력의 비대화에서도 시작된다.

 

 

(한국교회법연구소) 교회는 주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신앙의 단체이지만, 동시에 일정한 조직과 재산을 가진 법적 단체이기도 하다. 이 이중적 성격 속에서 교회는 자치규범인 정관을 두어 운영 질서를 세운다.

 

문제는 이 정관과 교단 헌법, 그리고 국가 실정법이 만나는 지점에서 공동의회 소집권을 둘러싼 분쟁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동의회 소집권, 원칙은 대표자

 

현행 법리 구조에서 교회의 법률행위 대표자는 통상 담임목사로 규정된다. 교단 헌법이나 개별 교회 정관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공동의회(교인총회) 소집권은 대표자에게 있다. 교인들이 청원할 수는 있어도, 직접 소집할 권한은 없다.

 

 

더욱이 정관에 당회 결의로 소집한다거나 당회 결의 후 담임목사가 소집한다는 규정이 있다면, 이는 소집의 절차적 전제일 뿐 최종 소집권자는 여전히 대표자다. 결국 대표자가 응하지 않으면 공동의회는 열리지 못하는 구조가 된다.

 

문제는 정관 변경, 교단 탈퇴, 교회 합병·분립 등 공동의회 전권사항이 대표자의 소극적 태도 하나로 봉쇄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인의 총유적 재산권과 의결권이 형해화(허울좋은 규정)되는 순간이다.

 

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교회들

 

 

▲글쓴이 소재열 박사     ©한국교회법연구소

 이 경우 교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은 법원이다. 민법 제70조를 유추 적용하여 비송사건 절차법으로 임시총회 소집허가를 신청하는 방식이다. 관련 절차는 비송사건절차법 제34조에 따른다.

 

법리는 비교적 명확하다. 일정 수 이상의 회원이 총회 소집을 청구했음에도 대표자가 2주 내 소집절차를 밟지 않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소집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법원은 단지 형식적 요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소집의 필요성 허가 여부가 단체에 미칠 영향 분쟁의 심화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리한다. 소집이 오히려 더 큰 법적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 기각되기도 한다. 교회 내부 문제를 국가 법원이 후견적시각에서 판단하는 구조다.

 

3분의 1 요건과 재적 교인확정의 벽

 

임시총회 소집허가의 관건은 의결정족수다. 교단 헌법이나 정관이 정한 3분의 1 이상의 의결권자 서명이 필요하다. 여기서 곧바로 또 다른 쟁점이 등장한다. “재적 교인은 누구인가?”

 

교인 명부가 정비되어 있지 않거나, 등록·제명 여부가 불명확할 경우, 법원은 전체 재적 인원과 3분의 1 충족 여부를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신청을 기각한다.

 

심지어 서명자들의 교인 자격 자체가 다툼의 대상이 되면, 비송사건 절차법으로는 적절치 않다며 본안소송에서 다툴 수 있는 문제이다.

 

결국 교인 명부의 부실은 공동의회 소집권을 봉쇄하는 또 하나의 장벽이 된다. 교인 지위가 확정되지 않으면, 3분의 1이든 3분의 2든 모두 무의미하다.

 

해법은 법원이 아니라 정관

 

이 지점에서 근본적 질문이 제기된다. 왜 교회가 매번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가? 최근 일부 교회들은 정관을 정비하여 분쟁의 싹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예컨대, “무흠 입교인 3분의 1 이상이 서명하여 소집을 청원하였으나 대표자가 일정 기간 내 응하지 않을 경우, 당회 서기 또는 지정된 자가 직권으로 소집할 수 있다는 식의 보완 규정을 두는 것이다.

 

법원은 교회의 정관을 종교자유와 지교회 독립성의 핵심 규범으로 보고 존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교단 헌법보다도 개별 교회의 정관을 우선적으로 해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분쟁 이후 법정에서 다툴 것이 아니라, 분쟁 이전에 정관으로 길을 열어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권력 독점과 교회의 타락

 

공동의회는 교회의 최고 의결기관이다. 그 소집권이 특정인에게 사실상 독점되고, 이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면 건강한 교회 질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교회의 타락은 교리의 왜곡뿐 아니라, 권력의 비대화에서도 시작된다.

 

공동의회 소집 절차를 명확히 하고, 재적 교인을 확정하며, 교인 명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교인의 의결권과 재산권, 더 나아가 교회의 공공성을 지키는 일이다.

 

믿을 것은 정관뿐이다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교단 헌법에 의존해 왔지만, 실제 분쟁 현장에서 법원이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것은 지교회의 정관이다. 교회 정관은 교회법만이 아니라 국가법과 판례의 태도를 함께 고려하여 설계되어야 한다. 분쟁은 언제든 법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공동의회에 관한 규정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재적 교인 확정, 소집 청원 절차, 거부 시 대체 소집권자 규정 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준비하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공동체는 법정 다툼 속에서 갈라진다.

 

건강한 교회 운영을 위한 첫걸음은 화려한 비전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정관 정비다. 분쟁이 터진 뒤에야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이 순간 정관을 점검해야 한다. 분쟁의 시대에 교회를 지키는 최후의 안전장치는 결국 정관이다.

 

정관 정비를 통해 특정인의 권력 독점도 막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소재열 목사(한국교회법연구소장, 신학박사, 법학박사)

<교회 운영준칙 : 교회법과 실정법> 저자 

(상담 한국교회법연구소 : 031-984-9134)

  

▲     ©한국교회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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